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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통가리로 국립공원에는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 독특한 화산 지형을 지닌 최초의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지난 1월에 처음 통가리로를 찾았을 때 뉴질랜드의 또 다른 맛을 느꼈다. 이번에 마음 크게 먹고 알파인 크로싱에 나섰다.
매주 토요일에 트램핑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모든 코스가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저 똑같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각각의 맛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월에 통가리로의 노던 서킷(Northern Circuit)을 다녀왔다. 뉴질랜드가 지정한 ‘9 Great Walks’(뉴질랜드의 가장 아름다운 올레길 아홉 곳) 중의 하나인 통가리로 크로싱의 또 다른 맛을 즐기기 위해 도전했다.
일행은 오클랜드에서 새벽 4시쯤 집을 나서 집결 후에 5시에 출발했다. 새벽을 가르며 달려간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숙연함으로 와 닿았다. 가까이 갈수록 아름다운 경관에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일행은 10시 15분 망가테포포 주차장에서 옷과 장비를 점검한 뒤 정상 쪽을 향해 출발했다.
에머럴드 빛 호수, 별미 중의 별미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에 처음 도전한 내게는 1막 2장의 드라마로 보였다. 1막은 통가리로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느낄 수 있는 화산 모습의 독특한 지형, 화산 분화구의 장엄함, 정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붉은 빛의 산 모습이었다. 뉴질랜드 자연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보았던 에머럴드 빛의 호수를 곁에서 직접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일행은 그 행복을 조금이나마 더 만끽하기 위해 호수 근처에서 풍기는 유황 냄새를 맡으면서 준비한 간식을 먹었다. 직접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곁에서 느끼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느낄 수 있었음에 행복했고 뿌듯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높은 산이라 춥지는 않을까, 비가 오지는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기상 악화로 다시 내려왔었다는데 우리 일행이 크로싱을 할 때는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비옷과 두꺼운 옷 등을 준비해 갔다. 다행히도 좋은 날씨를 만나 우리의 크로싱은 대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2막은 에머럴드 호수, 블루 레이크(Blue Lake)를 지나 내려오면서 느낀 풍경이었다. 계속 내려오는 긴 코스이면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심지어 통가리로에는 없는 줄 알았던 숲속을 거닐 수 있는 길도 있다.
1막에서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어서 말이 없다가 활화산 지형의 신비로움, 아름다운에 대한 감탄사가 연발했다면, 2막에서는 펼쳐진 풍경들을 보면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한 산 친구 중 한 사람은 통영에서 본 광경의 한 풍경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산 친구는 울릉도에서 본 광경 같다고 하면서 옛 추억을 되돌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산을 오르기 시작면서 ‘이 코스는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쉬운’(?) 트램핑이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하고 나니, 9 Great Walks에 다 도전해 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꿈을 꾸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번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램핑을 하면서 대자연의 두 가지 맛(활화산의 아름답고 독특한 맛, 여러 경관이 겹쳐 있는 맛있는 비빔밥의 맛)을 보았다. 함께 여행하는 일행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여러 형태의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여행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산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민온지 오래되었지만 삶이 바빠서 아직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민생활 넉 달 밖에 안 된 신참으로는 건방진 말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는 뉴질랜드의 한 사회인으로서 함께 살아가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김봉윤


통가리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음엔 저도 에머랄드 호수를 곁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