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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농약을 건넸다면..

말다툼 중 누군가 ‘죽어버리겠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죽도록 도와주었다면 과연 죄가 성립이 될까요? 이는 자살교사·방조죄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252조[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 ②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254조 [미수범] 본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256조 [자격정지의 병과] 본죄의 경우에 유기징역에 처할 때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자살교사·방조죄는 고의범이므로 타인에게 자살을 교사·방조하여 그로 하여금 자살케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와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됩니다.

판례상, 갑은 여자친구인 을녀의 예전 남자친구인 병이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찾아와 갑과 을녀과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으며, “을녀가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버리겠다.”라고 말하자, 갑은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고 하며 소지하고 있는 라이터를 병에게 건네주자, 병은 그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여 화상으로 사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가 실제 자살을 하거나 몸에 불을 붙이는 행동으로 나아갈 것을 예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살방조죄의 고의가 없으므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8도 6556)

반면에, 피해자(처)가 피고인(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 ‘죽고 싶다’ 또는 ‘같이 죽자’고 하며 피고인에게 기름을 사오라고 하자 피고인이 휘발유 1병을 사다주었는데 피해자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한 경우, 고의가 있다고 보아 자살방조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 2010도2328)

그러나 피해자의 대답부분만 있는 녹음파일은 증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유의미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경북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고기잡이를 하는 남편 김모씨가 그물을 분실한 것에 대해서 아내 신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며 “죽어버리겠다‘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신씨가 집에 있던 제초제를 건네고 ”이거 먹고 죽어라“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울분을 이기지 못한 김모씨는 제초제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검찰은 신씨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김씨가 입원치료할 당시에 직접 작성한 메모와 딸이 녹음한 음성파일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은 신씨가 남편에게 농약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피해자의 자필메모는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두 사람이 평소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었으며, 특히 사건 당일도 심한 말다툼을 했기 때문에 신씨에 대한 악감정으로 피해자가 정황사실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김씨의 딸이 제출한 녹음 파일 역시 딸이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전혀 없이 피해자의 대답 부분만 남아있어 녹음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듯한 녹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후사정을 따졌을 때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증거는 믿을만 하여야 한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유익한 판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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