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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도자가 된다.

[영상:SFMA한국관구 초창기 수녀님들의 모습을 많이 담았습니다.]

그렇게 수도자가 된다. (글: 이에스텔 수녀)

주님께 처음 응답을 드렸던 때를 기억해요.
초여름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으로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던 그 모든 ‘가능성’을
그분께 드렸어요.
모든 것이 서툴고 미숙했지만
새 잎을 틔우는 설렘으로
아파도 피곤해도 힘든 줄을 몰랐어요.
그게 당신을 더 잘 알고 더 잘 사랑하는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한여름의 더운 햇살과 비바람의 무게 속에서도
그보다 더 뜨거운 열성 가득히
꽃을 피우고 싱싱한 잎들을 키웠어요.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제게 맡겨진 생명을 키우고 돌보고 가르치고 동반하면서
그렇게 모든 이에게 모든 이가 되었어요.
사랑은 참으로 이상해서
사랑할수록 그 사랑이 더 커져갔어요.

계절이 조금씩 기울고,
이제 햇살은 조금 너그러워져서
그 아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살찌고 영글어갔어요.
알록달록 아름다웠지만 때때론 무거웠던 잎들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이제 거기에 새들이 둥지를 틀도록 자리를 내어줍니다.
삶이 준 상처는 젖이 되고 지혜가 되어
내 발치에 기대는 작은 생명들을 먹이고 키웁니다.

돌아보면 모든 길은 그분을 향해있고
모든 것을 결국 선으로 이끌어 주셨어요.
그렇게 한 번은 다 바치고 빈 나무로 서서
그분 앞에 꿋꿋하게 서 있을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자매이고 이모며 딸이요 엄마로
그렇게 한 생애를 걸쳐 수도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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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랑의 능력을 확장하며,
그분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이들을 향해
자유롭고 개방되며 나누고 희생할 줄 아는 어머니요 자매가 됩니다.
(SFMA회헌 제18조)

댓글영역
기쁨은 하느님의 향기입니다.5월 3일 오후 05:09

"그렇게 한 번은 다바치고 빈 나무로 서서
그분 앞에 서 있을 수 있기를..."

매일이 다시 바치는 빈 나무 같아 ...

ClaraLee5월 3일 오후 05:11

옛모습들과 첫 성소의 예쁨과 설레임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에스텔수녀님의 글도 감동이고.
우리 부르심의 길에 크신 축복 가득하시길!

Sr.Daniela5월 3일 오후 08:19

감사합니다.
아주 오래된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수녀님들 한 분 한 분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걷는 이 길, 부르심의 길이고 아름다운 보물을 간직한 사랑의 길이지요.
오늘따라 우리 수녀님들이 더 보고파지네요.
기도 안에 만나요(하트)

이알비나5월 3일 오후 09:05

고맙습니다. 지나온 삶의 발 자취를 되돌아보며 다시금 그분께 대한 첫 마음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그분안에 수녀님들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날들이었어요. 고맙고 든든합니다. 코로나19도 잘 이겨낼수있다니 희망과 용기를 갖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 화이팅!!! (에스텔수녀님, 고마워요 .😚 )

Sr. Miriam Lee5월 3일 오후 09:19

고맙습니다!!! 큰 감동을 안겨준 이마음을 어찌 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 내어드린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값지고 얼마나 큰 사랑을 입었는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성모님의 축복을 보냅니다